사람마다 ‘운명적인 순간’이라는 게 있다. 그게 사랑이든,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결정이든,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다가온 어떤 계기든 간에 말이다. 오늘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, 바로 그 순간—조금은 특별한 방식으로 찾아온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.
아마 제목을 보고 “롤렉스가 말을 건다고? 시계가 말을 해?” 하며 웃었을지도 모르겠다. 근데 정말 그랬다. 물론 시계가 입을 열어 직접 말을 건 건 아니고, 그 시계가 내게 ‘무언가를’ 이야기한 느낌이랄까.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찰나의 감정, 그게 바로 내 인생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, 결국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.
처음 그 시계를 봤을 때
그날은 유난히 기분이 별로였다. 일이 꼬이고, 사람들과도 괜히 부딪히고, 그냥 모든 게 싫은 날.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들른 백화점 시계 매장. 반짝이는 유리 진열장 속에서 그 시계는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.
롤렉스 서브마리너, 딱히 시계에 관심 없던 나도 이름은 들어본, 그 브랜드였다. 사실 처음엔 관심 없이 지나치려 했지만, 이상하게 시선이 자꾸 그 시계에 머물렀다. 고개를 돌리고 돌아서도 눈앞에 남는 잔상처럼.
그리고 그때—진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—이런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.
“넌 이럴 사람이 아니잖아.”
이게 뭐냐고? 그냥 시계를 본 내 뇌가 만든 허상일 수도 있고, 어쩌면 그 순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나에게 건넨 말일지도 모르겠다. 근데 분명한 건, 그 한마디가 내 마음 어딘가를 울렸다는 거다.
왜 하필 롤렉스였을까
사실 나는 명품이나 고급 시계에 큰 관심이 없었다. 오히려 그런 걸 사는 사람들을 보면 “그 돈으로 차라리 여행을 가지” 하는 생각이 더 컸던 쪽이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, 그 시계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.
알고 보니 롤렉스는 단순히 ‘비싼 시계’ 그 이상의 상징이었다. 시간에 대한 철학, 장인정신,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겐 인생의 목표 같은 존재. 특히 “내가 나에게 주는 약속”이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.
시계를 산다는 건 단지 물건을 사는 게 아니었다. 나라는 사람을 다시 정립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.
결국, 나는 그 시계를 샀다
몇 주간 고민하고, 인터넷도 뒤지고, 가격도 비교해보고, 중고냐 새 거냐도 고민하다 결국 난 결심했다.
“이번만큼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하자.”
카드 한 장 꺼내들고, 손에 땀을 쥔 채 계산대에 섰다. 롤렉스를 손목에 채운 그 순간, 뭔가 바뀌었다. 겉으론 똑같아 보였겠지만 내 안에선 작은 불씨가 일었다. ‘내가 이런 걸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?’라는 의심에서, ‘그래, 나는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야 할 사람이다’라는 다짐으로.
그 시계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.
“이제 진짜 너답게 살아.”
시계 하나 바꿨다고 인생이 달라지냐고?
정답은 “그럴 수도 있다”다. 물론 시계 하나 찼다고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인생이 술술 풀리진 않는다. 하지만 내가 그 시계를 찬 이후로, 내 태도는 달라졌다. 더 일찍 일어나고, 더 자주 웃고, 더 확실하게 말하고, 더 단단해졌다.
그건 마치 매일 손목에서 들리는 속삭임 같았다.
“오늘도, 멋지게 살아.”
그 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생각나는 말
롤렉스를 찬 뒤, 내가 제일 좋아하게 된 문장이 있다.
“시간은 금이다.”
예전엔 그냥 흔한 말이라 생각했는데, 이젠 다르게 들린다. 그 금 같은 시간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, 인생 전체가 달라진다. 그리고 그걸 알려준 게, 바로 그 시계였다.
롤렉스가 내게 건넨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, 매일 반복되는 다정한 다짐이었다.
너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기를
혹시 너도 요즘 지치고,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, 말도 안 되는 것들에서 신호를 찾아봐. 때로는 길가의 문구 하나,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가사 한 줄, 아니면 조용히 빛나는 시계 하나가 너에게 말을 걸지도 몰라.
그리고 그때, 조용히 들어봐. 어쩌면 그 말이, 너를 바꿔놓을지도 모르니까.
